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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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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김 령Ryung Kim

작가의 작업은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의 실체와 존재, 그리고 그들의 인생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하였다. 작가라는 직업은 자신의 공간에서 오롯이 홀로 남아 노동을 반복하는 일이다. 나무를 깎고, 자르고, 표면을 정리하는 일을 하다 보면 보이는 나무의 삶과 결에서 작가는 본인이 걸어온 인생을 돌아보는 것을 매일 반복한다. 그리고 작가는 살아오면서 만난 인연, 앞으로 만날 인연, 그리고 헤어진 인연들을 선형으로 표현하는 형태로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나무라는 재료는 작가에게 참으로 매력적인 소재이다. 계절을 반복하고 온도와 습도 차를 견디며 수십, 수백 년을 성장하는 나무는 그 몸의 결 안에 일기처럼 자신의 일생을 기록하였다. 마치 나이가 든 사람의 몸처럼 행복했던 순간, 삶의 풍파가 닥쳤던 순간, 관찰자는 알 순 없지만, 몸 곳곳에 남은 상처들과 미소가 어울리는 입꼬리를 보면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어느 정도 짐작은 가능하다. 작가에게 나무는 각자 자신의 삶을 살았던 생명체이다. 작가에게 오는 나무는 생명력을 잃은 죽은 나무이다. 형태는 해체되고 분해되었지만 작가의 손에 의해 다시 가공되고 재조합되어 조형적인 형태를 갖추었다. 이런 영혼을 불어넣는 과정을 통해 작가는 작품에 자신의 삶을 기록하고 있다. 작가는 라인이라는 장식적인 요소로 나무를 깎아 여러 개의 선을 만들어 선들의 만남, 교차, 그리고 갈라짐 등으로 흐름을 만들었다. 라인으로 오브제 작업을 하면서 작가는 본인이 살아오면서 경험한 인연: 맺어지기도 하고, 보이지 않게 연속하고 있던 관계를 표현하였으며, 선들의 부재와 실제로 어떤 존재의 흔적을 묘사하기도 하였다.

현재 작가는 선들의 쌓임이라는 주제로 도자기 형태의 작업을 하고 있다. 시간의 퇴적물을 상징하는 나무를 깎아 목봉을 만들고 그 목봉들을 쌓아 조립한다. 시간의 축적을 은유적으로 나타내는 목봉들의 쌓임을 도자기의 형태로 깎아내고 거친 표면을 깔끔하게 다듬는다. 작가가 도자기의 형태로 작업하는 것은 도자기가 갖고 있는 ‘용기;container’ 라는 개념을 차용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사람 개개인은 나무와 마찬가지로 시간의 퇴적물이다. 사람들은 각자의 시간을 살고 그 시간이 쌓임이 현재의 개인을 존재하게 하고 있다. 도자기 작업의 표면은 매끈하며 반짝이지만, 환경적, 시간적 영향으로 결국 윤이 나던 모습은 빛이 바랠 것이고 볕에 그을려 나무색이 진해지며 깊어질 것이다. 그리고 정말 오랜 시간 동안 온도와 습도의 변화, 그리고 미세한 마찰에 상처가 남을 것이다. 마치 사람처럼, 작가는 작업을 통해 자신의 인생뿐 아니라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개인의 인생 그리고 생명체의 인생에 대한 의미를 고민하며 나아가 철학적인 고찰을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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