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WORK
정상화 Sanghwa CHUNG
정상화는 경상북도 영덕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회화과에서 수학했다. 1957년에 졸업한 후 《한국현대작가초대전》(1958), 《악뛰엘전》(1962) 등 다수의 정기전, 그룹전에 참여했고, 제4회 파리비엔날레(1965), 제9회 상파울루비엔날레(1967) 등에 출품하였다. 1967년 프랑스 파리에서 1년간 유학한 후 귀국했다. 1969년부터 1977년까지 일본 고베(神戶)에서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했고, 이후 1978년부터 1992년까지는 다시 파리로 건너가 작업에 몰두하였다. 1992년 11월에 한국으로 영구 귀국하여 1996년에는 경기도 여주에 작업실을 두고 창작활동을 이어갔다. 정상화는 초기에 구상 회화를 제작하기도 했으나, 1950년대 중반부터 앵포르멜(Informel) 경향의 회화를 실험했다. 1969년 고베로 갈 즈음부터는 앵포르멜에서 모노크롬으로 전환하였다. 고베와 파리에서 활동한 1970년대에 정상화의 대표적인 양식인 격자형 화면 구조를 가진 회화가 등장하였다. <무제 85-7-1>은 정상화가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던 시기에 작가 특유의 방식인 '들어내고 메우기'를 이용하여 제작한 작품이다. 이 기법은 캔버스 전체에 고령토를 3-4mm의 두께로 칠하는 작업에서부터 시작한다. 초벌이 마르면 캔버스 천을 일정한 간격으로 가로, 세로 방향으로 접으며 표면에 격자 형태의 균열이 생기게 한다. 그리고 균열로 만들어진 수많은 네모꼴의 조각들을 하나씩 떼어내고, 그 빈 자리를 유화나 아크릴릭 물감으로 메우고 말리는 작업을 여러 차례 반복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캔버스 표면은 촉각적으로 변모한다. 육체적 노동을 요하는 반복적인 행위로 완성된 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숭고의 감정을 경험하도록 한다. 1970년대 주로 백색의 모노크롬 회화를 선보였던 정상화는 1980년대 들어서는 다채로운 색을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이 작품은 캔버스 위쪽의 백색으로부터 서서히 푸른색으로 짙어지는 색감의 변화가 돋보이는데, 이를 통해 작가는 화면 안에 시각적 깊이와 공간을 암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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